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튀니지 튀니스, 지중해와 사하라가 만나는 고대 도시의 향기

by 맛의여행자 2025. 7. 29.
반응형

튀니스 메디나 전경과 자이투나 모스크 돔, 북아프리카 전통 건축과 활기찬 시장 골목이 어우러진 도시 모습

튀니지 튀니스, 지중해와 사하라가 만나는 고대 도시의 향기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는 고대 카르타고의 유산을 품고 있는 동시에 이슬람과 프랑스 문화가 공존하는 북아프리카의 관문 도시입니다. 지중해의 푸른 해안선과 사막의 모래바람이 공존하는 이 도시는 과거와 현재, 동서양이 어우러진 살아 있는 역사 그 자체입니다.

튀니스, 고대와 근대의 시간을 걷다

튀니스는 단지 튀니지의 수도가 아닌, 북아프리카 문명의 교차로로서 깊은 역사를 품고 있는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기원전 9세기경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건설한 카르타고 문명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으며, 훗날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고대 도시로서 번성했습니다. 현대의 튀니스는 이러한 유산 위에 이슬람 문화와 오스만 제국의 흔적, 그리고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지속된 프랑스 식민지 시기의 문화가 겹겹이 쌓인 다층적 공간입니다. 특히, 튀니스의 구도심인 메디나(Medina)는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역으로, 아랍 전통 건축양식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대표적인 공간입니다. 이 지역을 걷다 보면 좁은 골목길을 따라 전통 시장인 수크(souk)가 이어지고, 고풍스러운 모스크와 마드라사(이슬람 학교), 하맘(공중목욕탕)이 곳곳에 분포되어 있어 중세 이슬람 도시의 모습이 생생히 되살아납니다. 반면, 메디나를 벗어나면 프랑스 식민 통치 시절에 조성된 신시가지가 펼쳐집니다. 이곳은 대로와 유럽식 건축물이 즐비해 있으며, 튀니지 현대 행정과 상업의 중심지로 기능합니다. 이렇게 전통과 근대가 맞물려 있는 튀니스는 그 자체로 역사서이자 현대 도시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튀니스는 튀니지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아랍 혁명의 발상지로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도시는 단순한 과거 유산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역사이며, 미래로 가는 아프리카의 문을 열고 있는 셈입니다.

튀니스의 생명선, 메디나와 신시가지의 공존

튀니스의 가장 큰 특징은 메디나와 신시가지가 공존하면서도 각자의 역할을 뚜렷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메디나는 7세기경 이슬람의 전파 이후 본격적으로 도시로서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도 튀니스 시민들의 중요한 종교·사회·경제 활동의 중심지입니다. 자이투나 모스크(Mosquée Zitouna)는 튀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이슬람 사원 중 하나로, 8세기경에 세워진 이후 수 세기에 걸쳐 튀니지의 종교, 교육, 문화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모스크 인근에는 금은세공, 향신료, 직물, 가죽 제품 등을 판매하는 다양한 수크가 자리 잡고 있으며, 각각의 수크는 고유의 전통 기술과 상업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 경제구조는 단지 상업의 기능을 넘어 공동체의 소통과 생활문화의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한편, 신시가지에서는 전통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이곳은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도시계획에 따라 직선 도로와 유럽식 광장이 조성되었고, 지금은 튀니스의 행정기관, 국제기업 본사, 호텔, 카페 등이 밀집한 중심 상업 지구로 변모하였습니다. 신시가지의 대표적 거리인 아비브 부르기바 거리(Avenue Habib Bourguiba)는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연상케 하며, 현대 튀니스 시민들의 문화적 표현과 정치적 발언이 이뤄지는 공간으로도 기능합니다. 특히 2011년 재스민 혁명 당시 이 거리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는 아랍의 봄으로 이어졌으며, 튀니스는 그 상징적인 도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의 결합은 튀니스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세계시민의 관심을 모으는 정치적, 사회적 거점으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순히 건축물이나 유적만이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지중해의 중심에서 미래를 말하다

튀니스는 단지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 도시는 새로운 도시개발과 지속 가능한 관광정책, 청년 창업 및 디지털 전환 등 여러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튀니스시는 세계은행, 유네스코와 협력하여 메디나의 유산을 보호하면서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전통 수공예 시장을 디지털화하거나, 이슬람 유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과 시민 간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등의 노력은 도시가 유산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자산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튀니스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청년 창업 붐도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IT 기술과 아랍어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은 튀니지 경제 다변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이끄는 새로운 주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동력은 단지 정부나 기관이 아니라 튀니스 시민들의 역동적인 참여에서 나옵니다. 시민들은 과거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그것을 현재와 미래의 삶에 실질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튀니스는 지중해와 사하라 사이,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의 경계에 서 있으면서도, 단순한 통과점이 아니라 독립적인 문화와 정체성을 형성하고 발전시켜 온 도시입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역사의 깊이를 경험함과 동시에 도시가 꿈꾸는 미래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튀니스는 오늘도 고요히, 그러나 분명하게 지중해의 중심에서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반응형